[책] 개발자로 살아남기를 읽고
1.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어느덧 개발자로 일하게 된 지 5년 차가 되었다.
그동안 남들 다 한다는 이직도 한 번 해봤고, 일하는 노하우도 조금은 생긴 것 같다.
주니어지만 신입이라기엔 머리가 너무 컸고 시니어라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은 어중간한 시기라 고민도 많아진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현재 내 경력에 맞는 성과를 내고 있는 걸까?', '언제까지 지금처럼 개발만 할 수 있을까?', '나는 몇 살에 은퇴하게 될까?'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르는 질문들 말이다.
답은 아직 찾지 못했는데 경력이 쌓여갈수록 아득히만 느껴졌던 팀장, 부서장이라는 직함은 가까워진다.
더 이상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게도 팀을 이끌어야 할 순간이 다가온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전, 현 직장 팀장님들은 공통점은 '개발할 시간이 없다' 라고 얘기하신다는 것이다.
회의 참석, 일정관리, 성과 보고, 평가, 상담 등 각종 회의와 문서작성 그리고 팀원 관리 까지.
개발 외적인 업무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개발할 시간이 안 난다는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는 개발하는 게 좋은데 매니저의 삶을 살아야 할 순간이 오면 그 일 또한 즐겁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러던 중 '개발자로 살아남기'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저자는 30년 커리어 패스를 가진 개발자 박종천 님이었는데, 과연 대선배 개발자는 어떤 얘기를 해줄지 궁금해졌다.
내가 고민하는 상황에 대한 해답을 얻길 기대하며 책을 펼쳐보기로 했다.
2. 책 소개
저자는 30년 경력의 개발자로 한국의 한글과 컴퓨터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블리자드, 넥슨, 삼성전자를 거쳐 현재는 몰로코라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누가 봐도 성공한 커리어를 쌓은 저자는 '개발자로 살아남기'라는 책에서 성장하는 10년, 리드하는 10년, 서포트하는 10년에 대해 말한다.
'개발자로 성공하기'라는 제목이었다면 아마 '또 다른 세상 얘기겠구나'하고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처럼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남기'라는 표현이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모르면 손해 보는 연말정산'같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접한 느낌이었다.
내용은 3개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성장하는 10년(엔지니어), 리드하는 10년(테크 리더), 서포트하는 10년(디렉터)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각 파트마다 역할 별 핵심 가치와 필수 역량들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왜 중요한지 직접 경험했던 에피소드와 실천했던 방법들을 사례로 들며 소개한다.
'소프트웨어 장인', '소프트 스킬', '커리어 스킬' 같은 책을 읽고 느낀 점이 많았다면 이 책 또한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3. 읽고 난 후 느낀점
'개발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라는 말은 커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책이나 다른 매체 또는 가까운 지인을 통해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뒤따르는 문장은 '개발은 당연히 잘 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도 능해야 하며 일정관리 및 비즈니스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와 비슷한 얘기들이다.
물론 중요한 얘기다. 하지만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같은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 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저자가 중요하다 말하는 역량을 단순하고 지루하게 풀어내지 않는다.
책에 소개되는 에피소드나 사례에서 나 또한 자연스럽게 지난 회사생활을 회상하며 '맞아, 나도 그런일이 있었지'같은 생각을 하며 본문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고 배운 게 많다고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위와 같이 두루뭉술하게 얘기하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먼저 조직에서는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이를 다루기 위해 어떤 역량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그리고 직접 겪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본인이 실천했던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저자도 말하지만 해당 방법이 누구에게나 다 맞을 거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여러 방법들 중에 '나는 이러이러한 근거로 이렇게 행동했다.'라고 들려줄 뿐이다.
하지만 아무런 방향과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이정표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읽으며 느낀 바로는 충분히 좋은 방법들을 소개해 줬다고 생각한다. 만약 안 맞는다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응용하면 그만인 부분이다.
두 번째, 개발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주니어는 기술적 역량을 쌓는데 집중하고, 시니어는 팀을 잘 리드하고 이런 얘기들도 물론 나온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개발자 인생 전반에 걸친 마인드 셋을 언급하는 부분이었다.
프로액티브(proactive), 크리티컬 싱킹(critical thinking), 평생 학습이다.
주도적으로 먼저 움직이고, 무지성 노동이 아닌 왜 해야 하는지 꼬아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갈고닦는 것.
개발자 커리어에 도움 되는 얘기일 뿐 아니라 진취적인 삶을 사는데 중요한 인생관이라 생각이 되어 크게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같이 일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개발자는 어떤 모습인지 엿볼 수 있었다.
조직이 나에게 바라는 역량은 어떤 것일까, 윗사람은 내가 어떤 일을 잘해줬으면 하는 생각일까 궁금했는데 조금 훔쳐본 느낌이다.
더 현실적으로 얘기해 보자면 좋은 성과를 받고 높은 연봉을 받으려면 어떤 역량을 지녀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상사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다.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전부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최선을 다해 살아남아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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