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분기 회고 겸 이직 후기
1. 2023년 1분기 경험한 일들
2023년이 시작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 부터 내 일상은 바쁘게 흘러간 것 같다.
연초에 계획했던 목표는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연봉협상 이후 내가 기대하고 있던 커리어와 차이가 생기면서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다.
모든 일정과 목표를 이직을 성공하기 위한 방향으로 재설정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2. 이직을 준비하게 된 계기
올해는 21년에 이직한 두번째 회사에서 3년차를 맞이하는 시기였다.
약 2년간 회사를 다니며 동료, 근무 환경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같이 문제를 고민하며 개발 얘기를 할 수 있는 동료들. 유연근무제, 원격근무 및 눈치보지 않고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근무환경은 단연 최고였다.
하지만 몇가지 문제로 이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먼저 개발자로서 성장 가능한 환경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익숙한 업무들, 소위 말하는 "짜치는 일"들이 반복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스스로의 성장을 경험할 기회가 부족했다.
경력은 5년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내 커리어에는 인상깊은 문제 해결 경험이랄게 없었다.
채용 공고 단골 키워드인 대용량 트래픽 처리, 동시성 문제, 인프라 설계 및 유지 관련 경험 중에 내가 경험해봤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다음은 연봉 협상이었다.
나는 하반기 입사자로 분류되어서 1년 반 만에 드디어 첫 연봉협상을 할 수 있었다.
직장인이라면 다들 그렇듯 나도 내 급여가 얼마나 오를것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다.
회사는 내가 기여한 부분에 대해 얼만큼 인정해줄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창출할 미래가치에 대해 얼만큼 가격을 매길것인지 궁금했다.
이상적인 기대치와는 별개로 현실적으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 또한 정해두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연봉협상에 임했으나 현실은 기대했던 결과에서 많이 벗어나있었다.
본인의 연봉협상에 만족하고 수긍할 직장인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나 역시 크게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던것 같다.
커리어의 발전, 연봉 인상 둘 중 하나라도 확실하게 가져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은 직장을 옮기는 것이었다.
3. 연봉 협상
연봉 협상의 기준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남겨놓고 싶어 적는다.
2022년은 코로나, 러/우 전쟁의 여파로 경제적으로 많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코로나로 인해 돈이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것과 원자재값 상승이 맞물려 소비자물가는 치솟는 상황이었다.
당시 기관에서 예상하는 소비자 물가 상승 지수는 5%정도 였지만 체감하는 바는 10% 이상이었다.
회사 근처 식당들은 8~9,000원 하던 가격표를 10,000원이라고 고쳐 적은 곳이 많았다.
9,000원에서 10,000원으로 인상된 금액을 퍼센트로 환산하면 11%나 인상된 셈이고, 소주, 맥주 가격도 4천원에서 5천원으로 인상했는데 25%나 인상된 가격이었다.
스타벅스의 커피값 또한 많이 올랐다. 대중적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는 아메리카노 Tall 사이즈의 가격은 4,100원이었으나 22년 초 4,5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기존 가격에서 9.75% 인상된 금액이다.
일상에서 이러한 물가 상승의 압박을 느끼기는 것은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출근길에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사무실로 가서 업무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에는 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 먹고, 동료들과 티타임을 갖는다. 퇴근한 뒤 저녁에는 가끔 술자리를 갖는다.
여느 직장인과 다를바 없는 일반적인 소비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소득이 10%정도 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그렇게 정한 마지노선은 현상 유지가 가능한 수준인 10%였다.
연봉 구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적인 연봉 인상률의 범위는 3~7%정도라고 한다.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10%는 이 범위를 초과했지만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분명히 1년 6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내 가치는 달라졌다.
그동안 성실한 근무태도로 책임감 있게 일하는건 당연한 것이었고 동일한 시간에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고, 더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성장하기 위해 업무와 관련 지식을 학습하고 공유하는 일에도 적극적이었고, 새로운 멤버가 합류했을 때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온보딩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도 문서로 남기는 노력을 했다.
누가 시켜서 했던 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했던 일들이었다.
이러한 부분을 열심히 어필했지만 회사에서는 이미 제안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라 내가 원하는 보상을 얻을 수는 없었다. (나중에 우연히 알게된 사실이지만 평범하게 기여한 동료가 제안 받은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에 씁쓸했다.)
어쩌면 회사는 내가 기여했던 부분을 의미있는 성과였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했는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유치하게 "열심히 해봤자 달라질게 없으니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안해야지" 같은 생각따위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내 가치를 인정해줄 파트너를 찾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4. 이직 준비
그렇게 이직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 다음 부터는 이력서를 보완하고 여러 기업들에 돌리기 시작했다.
6개월마다 이력서를 갱신해 둔 덕분에 이력서를 보완하는 과정은 수월했다.
막상 적어놓고 보니 매력적인 직무경험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우선 지원해보기로 했다.
입사지원은 주로 채용 포털인 원티드와 링크드인으로 알게된 헤드헌터를 활용했다.
총 20곳의 회사에 지원을 해서 서류전형에 합격한 10곳의 회사에서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다.
탈락한 10곳의 회사는 과제 전형 또는 코딩테스트를 진행하는 회사들이었는데 평소에 준비를 하지 않았던 탓에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평소 코딩테스트를 학습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멀리한 결과 기회를 잃은 것 같아 아쉬웠다.
면접 전형은 대부분 2차 전형까지 진행하다보니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면접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모든 회사의 면접을 100% 준비한 상태로 참여하기란 일정상 불가능했기에 정말 가고 싶은 회사의 면접에 집중했고 그 외 면접은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평소 역량선 에서 대비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4곳의 회사에서 최종합격 메일을 전달 받았다.
지원 합격률 20%라는 성적이 초라해보일 수 있지만 나는 이마저도 운이 좋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4곳의 회사 중 내가 입사하기로 결정한 회사는 헤드헌터를 통해 지원한 곳이었다.
각 회사와 처우협상과 입사 후 경험할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때 가장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처음으로 헤드헌터와 이직을 준비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면접 유형이나 면접관의 성격에 대해 조언해 준것도 실제 면접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처우 협상 과정도 내가 원하는 조건을 부르면 최대한 근접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대신 협상해주는 점이 편했다.
메일로 처우 협상건으로 수차례 핑퐁했던 경우를 생각하면 노력대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2개월 동안 이직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 보상을 받는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마치며
본래 이직 성공 후 쓰기 시작해서 1분기 회고 목적으로 남기려던 글이었지만, 새 회사에 적응하느라 하루하루가 정말 바쁘고 정신이 없다보니 3개월이나 지나서 마무리하게 됐다.
그렇다보니 이직에 성공한 당시의 감정에 충실하게 기록한 것인지는 자신이 없으나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 적어보았다.
현재 회사에서는 2개월이 조금 넘은 짧은 기간을 재직중이지만 흥미로운 일들을 많이 경험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블로그에 남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