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
2023년을 돌아보며
2023년은 바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정신없기도 했지만, 다양한 경험과 앞으로의 인생, 커리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해였다.
이직을 선택하면서 환경이 바뀌었고 여기에 영향을 받아 관심사도 변하면서 우선순위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
핑계 같지만 그래서인지 연초에 계획했던 대부분의 목표들을 달성하지 못했다.
계획한 목표들을 달성하지 못하긴 했지만 다른 경험들을 많이 해서 아쉽지만은 않다.
올해 겪은 일들이 벌써 가물가물하지만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 이번 회고를 작성했다.
2023년은 나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그리고 이것이 내 의사결정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기록해 본다.
대 AI 시대
2022년 말 ChatGPT를 시작으로 잇따라 AI에 대한 기술과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AI가 불러올 혁신에 대한 관심이 컸고 언론, 매체는 연일 AI키워드와 연관된 기사들로 가득 찼다.
'묻고 답하기'에서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가 나왔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그저 놀라울 뿐이다.
ChatGPT는 원하는 내용을 물어보면 몇 초안에 꽤 만족할만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 광경을 보며 신기함, 호기심, 충격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AI를 활용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는 한편, '그곳에는 내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두려움도 있었지만, AI의 위협 속에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시리즈 A 단계의 이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다.
열악한 환경, 극악의 워라밸에 적응하는데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이직한 회사는 전에 다녔던 회사들보다 사무실이 작았다.
회의를 위한 분리된 공간도 없었고 화장실도 협소해서 외부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경우도 있었다.
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도메인과 기술들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경험이 없다고 해서 일정이 늘어나는 건 아니었다.
미숙한 만큼 공부가 필요했고 시행착오 과정 또한 당연하게 따라오다 보니 자연스레 야근은 일상이 되었다.
앱을 출시하기 전에는 거의 매일같이 야근을 했는데 계속된 야근에 건강도 점점 안 좋아졌다.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호흡이 힘들고, 가슴이 답답한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래 처음 겪는 증상이라 당황했는데 검색해 보니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이었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사람들과 책 덕분에 멘털 컨트롤을 잘해서 극복할 수 있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2022년 말부터 시작된 '스타트업 혹한기'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일해서 기여한 만큼 어떤 보상이 따라올 것이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보상은커녕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이 더 가혹했다.
구조조정을 한다는 회사들의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야근으로 무리한 결과가 잘해야 본전인 현실은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은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던 건 배울 점이 많은 능력 있는 팀원, 시니어분들 덕분이었다.
함께 일하면서 똑똑하게 일하는 방식이나 요령을 어깨너머로 배워가며 스타트업의 문화에 나를 끼워 넣을 수 있었다.
초기 스타트업의 열악한 환경과 제한된 리소스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겪으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여러 번 마주했지만, 결국엔 잘 헤쳐나갔고 그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소프트스킬의 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
스타트업이라 정말로 힘들었지만 스타트업이기에 크게 성장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던 것 같다.
지키지 못한 2023년에 세웠던 계획들
올해는 연초에 계획했던 목표나 습관들을 대부분 지키지 못했다.
핑계겠지만 이직을 하고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당장 필요하지만 부족한 역량을 발견했고 이를 보완하는데 시간을 쓰다 보니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계획했던 코딩테스트, 사이드 프로젝트의 경우 당장 업무와 관련 있는 내용, 기술이 아니다 보니 실천하기 쉽지 않았다.
설정했던 학습 목표들은 확장가능한 시스템 설계 및 개발 역량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면서 확장가능한 시스템 설계 역량에 대한 니즈가 줄어들었다.
합류한 팀에서 개발 중인 서비스는 확장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사용자가 많지 않았다.
확장을 고려해야 할 만큼 유저를 많이 끌어와서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게 모두가 간절히 원하던 전사적인 목표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프로덕트 팀은 가설을 세우고 제품을 개발해서 출시해야 했다.
그리고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필요했던 역량은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제품을 구현하는 실행력과 될 때까지 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작성했던 코드는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 보통 1회성으로 사용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사용성, 확장성을 갖춘 디자인을 설계하는 역량보다 빠르게 담당자들과 논의해서 MVP 스펙을 확정하고 문서화해서 구현해 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물론 둘 다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확장성, 재사용성은 나중에 필요해질 때 리팩터링 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와 관련된 학습을 미루게 된 것 같다.
뜻밖의 경험들
계획했던 것들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다른 값진 경험들을 했다.
초기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면서 앱론칭을 경험했다.
약 5개월간 개발, 테스트, 검수, 출시 과정에서 개발, 데이터 수집, 테스트케이스 수행 등 다양한 작업에 참여했다.
주로 기존에 만들어진 서비스를 유지보수하는 작업만 해봤던 나에게 좋은 경험이었다.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이 생겼다.
전에도 막연히 창업을 해야겠다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긴 적이 없다 보니 항상 제자리였다.
그런데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면서 초기 스타트업은 어떻게 탄생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을 만들고 무엇을 목표로 나아가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것만 알았지 월급을 주고 고용하는 사람, 회사는 어디서 온 것일까 찾아보게 되었다.
마침 9월에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에서 주관하는 데모데이에 신청해서 참석했다.
창업가들이 앞에 나와 자사의 서비스와 비전을 얘기하는데 멋있어 보였다.
한 사람당 6분 정도의 발표시간만 주어지기 때문에 핵심을 요약해서 회사와 서비스를 소개해야 했는데 얼마나 어려웠을까.
많이 떨리는 자리였을 텐데 당당하게 비전을 발표하는 창업가분들이 모두 대단하게 느껴졌다.
스타트업은 창업한 지 3년 내 10곳 중 7~8곳은 폐업을 한다고 알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울 텐데 용기를 가지고 창업에 도전하신 점이 존경스러웠다.
좋은 제품 만드셔서 시장에서 성공하시길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데모데이 참석을 기점으로 창업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최근에는 창업, 경영, 재무, 리더십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2024년에는 나만의 MVP를 만들어서 창업에 한걸음 다가가야겠다.
마무리
2023년은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 모두 가득했다.
하지만 새로운 인연과 놀라운 경험들을 만들어냈고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는 해였다.
가장 큰 성과는 부정적, 보수적, 완벽주의적 성향이던 내가 '나는 할 수 있다', '일단 해보자'의 긍정적인 자세를 배웠다는 점이다.
2024년에는 나에게 찾아오는 많은 기회들을 뿌리치기보다는 일단 해보려 한다.
물론 당연히 어렵고 시련이겠지만 결국엔 이겨내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많은 것을 경험했던 2023년 회고를 마친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회고 (0) | 2025.01.18 |
---|---|
미드레벨 개발자가 생각하는 좋은 개발자 (0) | 2024.01.31 |
2023년 1분기 회고 겸 이직 후기 (0) | 2023.07.09 |
2023년 목표 (2) | 2023.01.01 |
2022년의 회고 (2) | 2023.01.01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2024년 회고
2024년 회고
2025.01.18 -
미드레벨 개발자가 생각하는 좋은 개발자
미드레벨 개발자가 생각하는 좋은 개발자
2024.01.31 -
2023년 1분기 회고 겸 이직 후기
2023년 1분기 회고 겸 이직 후기
2023.07.09 -
2023년 목표
2023년 목표
202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