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회고
2022년 돌아보기
2020년부터 회고를 쓰기 시작해서 3번째 회고를 쓰는 날이 찾아왔다.
매번 회고를 쓰는 순간이 다가오면 올해도 역시 빠르게 지나갔다는 느낌이 든다.
작년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면 올해는 정말 바쁘게 살아서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다.
연초로 기억을 더듬어 되짚어가며 키워드를 써내려가보니 많은 것들을 이뤄냈고 또 많은 것을 새로 시작했던 한 해였다.
프로덕트 개발, 커리어 관리, 취미생활, 건강 관리 등 여러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름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중 기억에 남는 굵직한 일들을 정리해 본다.
1. 회사 - 프로덕트 개발 시작
올해 초 1월에는 이직한지 6개월 만에 유닛에 배정받고 프로덕트 개발 업무에 참여했다.
이전에는 개발팀의 리소스 문제로 쌓여있던 운영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했던지라 프로덕트 개발팀에서는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됐다.
내가 배정된 유닛은 채용 서비스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는데 영업, 마케팅, 기획, 디자인, FE/BE 개발, QA, 데이터 팀의 구성원들이 모여 하나의 유닛을 이루고 있었다.
유닛 회의에서는 다른 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과 개발팀과는 다른 관점이 흥미로웠다.
영업 팀에서는 주로 고객사 안내 사항 전달, 서비스 홍보, 채용 보상금 및 계약서 검토 등등에 대한 일정 공유 및 협업 부서에 대한 협조 요청에 대한 논의를 했다.
최전방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팀이다 보니 수익 구조와 마진에 대한 얘기뿐만 아니라 고객의 반응이나 피드백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기획, 디자인, 마케팅, 데이터, 개발 팀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관계였다.
먼저 아이데이션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기획, 개발, 디자인해서 프로덕트를 완성한다. 그리고 페이지 곳곳에 트래킹 로직을 심어서 데이터 분석을 위한 준비를 끝내면 비로소 배포할 준비가 끝났다.
이후 서비스를 배포하고 나서 수집되는 데이터에서 유저의 행동을 분석하고 가설과 일치하는지 검증했다.
데이터 기반으로 서비스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프로덕트 개발 방식을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발 프로세스는 흥미로웠던 반면에 개발 경험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새로운 서비스라고 들었던 터라 처음부터 내 손으로 기능을 설계하고 배포해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전에 개발하다 중단된 채용 서비스가 있었고, 그것을 분석해서 새로 기획된 내용을 추가해서 배포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유닛의 목표였다.
기존에 어느 정도 만들어놓은 게 있으니 금방 만들 것이라 생각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새로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만 했다.
이미 퇴사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코드라 히스토리 파악은 전혀 안되는 상태였다. 더 힘들었던 건 코드의 상태였다.
중복 코드가 많고 모듈화가 안 되어있어서 사이드 이펙트에 취약한 구조였고 이미 가져다 쓰는 곳이 많아서 손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새로 작성하는 코드는 기존 구조 속에서 클린 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어서 아쉬움이 많았다.
채용 서비스 릴리스 이후로는 코어 유닛으로 이동해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때 나는 개발 파트의 프로젝트 일정관리까지 맡아서 진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유닛 프로덕트는 워터폴 방식으로 개발되었는데 출시 기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이번에는 애자일 방식으로 진행해 보는 건 어떨지 제안했더니 다들 시도해 보자는 답변을 주었다.
그렇게 애자일 프로세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동안 접했던 애자일 관련 서적도 다시 읽어보고 애자일 방법론에 대한 책과 사례들도 찾아 읽으면서 성공적인 프로세스 확립을 위해 나름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애자일 프로세스로 프로덕트를 개발해 보려는 도전은 실패했다.
실패의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결정적인 요인을 하나만 고르자면 "프로덕트 개발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스프린트 일정 관리 및 포지션 별 역할, 브랜치 관리 방법, 스프린트 회고 등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 했지만 100%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스프린트 사이클은 기획 -> 기획 리뷰 -> 디자인 -> 개발 -> 테스트 -> 배포의 구조로 2주를 기준으로 반복할 생각이었다.
초기에는 이미 어느 정도 기획된 내용과 디자인 시안이 있어서 2차 스프린트까지는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개발파트에서 기획, 디자인을 기다리는 상황이 많아져서 스프린트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MVP 사이즈의 기획, 디자인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업무 과중으로 인한 지연이 비중이 컸던 것 같다.
인력이 부족한 기획, 디자인 포지션의 경우 유닛마다 한 명씩 배정된 상황이었으나 다른 유닛에 손을 빌려주는 일도 많은 상황이었다.
결국 프로덕트 개발은 계획한 스프린트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워터폴로 회귀하여 풀스펙의 기획과 디자인이 나온 다음 개발하는 예전 방법으로 일하게 되었다.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해 문화를 바꿔보려 노력했던 기간은 8주 정도. 나를 포함해 다른 구성원들도 애자일에 적응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번 경험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덕분에 얻게 된 깨달음도 있다.
개발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며 권한과 책임 없이는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과 무언가 시도할 때 계획한 대로 실행할 권한과 책임질 각오는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
구성원들이 프로덕트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힘이 없다면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커리어에 대한 고민
올해 6월은 지금의 회사로 이직한 지 1년이 되는 때였다.
이직하면서 적어도 1년마다 이력서를 갱신하기로 마음먹어서 실행에 옮겼다.
1년간 회사에 다니면서 업무를 했지만 자신 있게 적을 만한 내용은 그나마 Ruby, Ruby on Rails 정도였다.
Elasticsearch, Docker도 사용하긴 했지만 깊이 있게 사용했다고 보긴 어려워 적기 부끄러웠다.
막상 이력서를 갱신해놓고 보니 정작 추가한 내용이 몇 없었다.
1년 내내 했던 작업은 단순한 버그 수정, 텍스트 변경 수준의 운영 업무 50%, CRUD 수준의 프로덕트 개발 30%, Docker 기반의 개발 환경으로 이전 10%, 개발 지식공유를 위한 문서화 및 세미나 활동 10% 정도가 전부였다. 많은 기술과 업무를 경험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런 생각은 서서히 업무 환경에 대한 불평으로 번지게 되었다.
낡은 기술 스택, 인프라 권한에 대한 부재, 매번 비즈니스 중심의 요구사항에 밀리는 업그레이드 및 고도화 작업 등등.
내가 성장하지 못한 건 이런 낡고 보수적인 환경 탓이라는 핑계는 도태한 자신에게 내리는 면죄부였다.
이때쯤 회사 일에 흥미가 떨어지고 수동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았다.
전에는 그래도 의견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때 내게 남아있는 건 그저 낡은 환경과 의사결정에 순응하는 꺾인 의지와 수동적인 태도뿐이었던 것 같다.
무기력한 일상을 반복하던 중 회사에서 기술 조언을 해주시는 외부 인사분에게 조언을 구할 일이 있었다.
조언해 주신 내용을 듣고, 나는 인프라 쪽 권한이 있어야 해서 실행이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일단 만들어보고 설득을 해 본 적은 있는지 반문하셨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기술 자문 님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회사로 가져와 경력을 만들어나가는 개발자들의 사례를 소개해 주셨다.
사례의 주인공은 본인이 관심 있는 기술의 오픈소스 활동을 하면서 해당 기술을 실무에 적용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얻게 된 인사이트나 노하우를 다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분 같았다.
기술 자문 님은 사례를 소개해 주시면서 "회사에서 경험하고 싶은 일을 하면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세요. 그리고 그것은 본인한테 달려있습니다. 수동적인 태도와 보통의 노력과 각오만으로는 어려울 겁니다. 만약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변할 수 없다면 떠나야죠."라고 말씀해 주셨다.
회사를 설득하고 실행에 옮기는 게 아니라 먼저 실행하고 회사를 설득해라. 그래도 안된다면 그때는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라.라는 얘기가 많이 와닿았다.
훨씬 능동적인 자세라고 느껴졌고 환경 탓을 하며 지금껏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불평할 줄만 알았지 강한 추진력과 의지를 갖추고 무언갈해본 적이 없었다.
내년에는 불평보단 실행을 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해야겠다 생각했다.
3. 건강 관리
30대에 속한지 벌써 4년 차. 점점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체력도 기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고 싶다.
그래서 올해는 PT도 받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PT는 안전하게 운동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수업을 받고 있다.
그동안 헬스장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운동하다 다치는 상황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운동수행능력을 초과한 강도로 운동하거나 잘못된 자세 때문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는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많이 접했다.
특히 초보자는 본인이 잘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서 정확한 자세로 안전하게 다치지 않고 운동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PT를 시작했다.
부담되는 금액이라 조금 망설였지만, 건강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취미로 로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올해 6월쯤에 여러 이유로 의욕이 많이 꺾여있어 집중을 잘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어쩌다 자전거 여행 유튜브 영상을 접하게 됐다.
액션 캠으로 자전거로 여행하는 모습을 담았는데 그 풍경이 아주 아름다웠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혼자 즐기는 취미를 선호하는 나에게 잘 맞을 것 같았다.
로드 자전거 입문을 위해서 여러 영상을 보면서 필요한 장비들을 확인하고 샀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할 마음이었지만 어느새 욕심이 조금씩 붙더니 3~400만원이나 쓰게 되었다.
아반떼 사러 갔다 그랜저를 사버린 느낌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타고 있으니 만족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 자전거 타고 한강 자전거도로를 질주하면 땀을 흠뻑 쏟으며 운동도 많이 되고 머리도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는 게 딱 좋다.
앞으로도 계속 즐기고 싶은 취미다.
4. 기술 스택 업데이트
2018년부터 현재 2022년까지 내 Javascript 스택은 jQuery에서 멈춰있다.
회사의 프런트엔드 코드는 React를 사용하고 있다.
백엔드 파트인 내가 React로 개발할 일은 없지만 버그를 추적하기 위해 코드를 봐야 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동료의 도움을 받아 알음알음 코드를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동작 원리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답안지만 받은 상황인 것 같아 아쉬움과 답답함이 있었다.
프런트엔드 주류 스택으로 React가 자리를 차지한지는 오래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사용할 줄 모른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모던 Javascript 기술 스택을 공부해서 업그레이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React, Typescript, Node.js, NestJS, NextJS 정도가 최근 모던 자바스크립트로 인식되는 기술 스택인 것으로 보였다.
하나씩 접근하기보다는 병렬적으로 동시에 학습하고 있다.
그동안의 개발 경험 덕분인지 대부분의 개념을 이해하는 게 수월해서 자신감도 붙었다.
진작에 시작할 걸 지금까지 미루고 무지하게 살았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이번 도전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할 생각이다.
회고를 마치며..
2022년은 이직한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일도 많아서 바쁘게 살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규칙적이었던 생활 루틴도 안지키는 날이 많았고 소홀히했던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2023년은 규칙적이고 건강한 루틴을 지켜내고 계획한 일들을 이루고 성장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회고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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