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되돌아보며

2021년이 된지도 벌써 열흘도 더 지났다.
지금 2020년의 회고를 작성하기에는 많이 늦은감이 있지만, 앞으로 꾸준히 회고록을 작성하고 싶었기에 시작에 의의를 두고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2020년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다사다난한 해였던것 같다.
처음 겪는 일도 많았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일도 참 많았기에 당시에는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서 정리할 겨를이 없었다.
이렇게 시간을 내서 기억을 되짚어보니, 금방 지나간것같던 2020년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사소한것들 까지 전부 적기에는 버거워서 큰 사건들 위주로 정리를 해보려 한다.

2020년 나에게 있었던 큰 사건들

  1. 금연
  2. 이직준비 및 면접
  3. 발 골절
  4. 퇴사

1. 금연

나는 2020년 1월 1일부터 금연을 시작했다.
흡연 10년차에 금연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시간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건강을 염려해서 금연을 시작하는것과는 달리, 나는 동기가 조금 엉뚱한면이 있던것 같다.
한창 담배를 피우던 때에는 하루에 반갑이상은 피웠던것으로 기억한다.
담배를 피는 사유는 참 가지가지였는데 출근해서, 퇴근해서, 도착해서, 업무가 골치아파서 등 오만가지 이유들이 있었다.
나는 흡연자였지만 담배냄새를 무척 싫어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담배냄새로 피해를 주는것은 싫었기에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래서 전자담배를 피웠음에도 담배피고 들어와서는 반드시 양치질을하고 향수나 탈취제를 뿌렸다.
아마 하루에 양치질 10번은 거뜬히 넘겼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담배피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흡연, 양치질에 소모되는 시간과 다시 업무에 몰입하기 위해 준비시간등을 계산해봤다.
보통 담배피러 다녀오는데 보통 5~10분이 걸리고 양치하는데 5분정도 걸렸다.
그리고 흡연하러 다녀오기 전에 처리하던 업무지점까지 다시 짚어보고 확인하는데도 한 5분정도 걸렸다.
흡연하러 나가면 적어도 15분정도를 소모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루에 흡연 10번이면 내 하루 중 2시간30분을 낭비하는것이고 덤으로 건강까지 버린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내 시간 효율을 크게 갉아먹는 이 오랜 습관을 끊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금연을 시작하고 2주동안은 매일매일 흡연욕구가 쉬지 않고 생겨났다.
항상 입에 무언가를 달고 살았는데, 갑자기 그 짓을 안하려니 화장실을 가고싶은데 못가고 있는 사람처럼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흡연욕을 해소하기 위해 아몬드, 꽈즈등을 씹으며 극복했다.
이 때가 가장 큰 고비였던것으로 기억한다.

1달이 지나면서 어느정도 흡연욕구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욕구를 억제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초반 2주에 비하면 욕구는 많이 줄었다.
무엇보다 지난 2주간 생고생을 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금연을 포기하는것이 싫었다.
이 기간에는 술을 마시면 폭주하는 흡연욕구를 제어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음주는 자제했다.
이 때부터 금연 후 몸의 변화를 조금씩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장 좋았던 건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했고, 목이 칼칼한 느낌도 없어졌다.
다만, 입이 심심해서인지 먹을것을 자주 찾게되었다.
흡연할 당시에는 안좋아하던 초콜릿이나 과자등을 자주 먹게 되었다.
살이 찌기 시작한건 이 때부터였다.

반년정도 지나게 됐을 때 흡연욕구를 잘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음주를 하더라도 일순간의 흡연욕구를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의지는 강해졌다.
여전히 간식거리들은 입에 달고다녔는데 그래서인지 체중이 4~5kg는 더 찌게 됐다.
아, 그리고 냄새를 더 잘 맡게되었다.
흡연할 때는 내가 맡지 못했던 미세한 담배냄새들까지 맡을 수 있게되었다.
그래도 흡연할 당시에 나름 신경쓴다고 양치도 하고 탈취제도 뿌렸지만, 담배냄새를 감추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난 일이었지만 비흡연자들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금연을 시작한지 반년정도 지나고나서 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크게 변한건 없는것 같다.
담배 생각이 전혀 안난다고하면 거짓말이고, 가끔 담배생각이 나긴 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가고싶지는 않기에 참는중이다.
금연을 하면서 되찾은 나의 시간과 돈과 건강은 2020년 내가 이뤄낸 최고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간식값의 지출이 커져서 현재로서는 금전적으로 이득봤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건강한 몸으로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점이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도 죽는날까지 금연은 계속할 생각이다.

2. 이직 준비 및 면접

2020년은 내가 회사에서 근무한지 4년차에 접어드는 해였다.
업무도 이미 적응한지 오래됐고 너무나 익숙한 환경과 변함이 없는 업무들에 권태로운 나날들이었다.
새로운 환경과 기술 그리고 사람들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직을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다.
오랜만에 취업준비를 하는터라 처음에는 완전 엉망진창이었는데, 자소서에 고작 3줄 정도 적는것도 힘들어했다.
어떤 말과 경험으로 나를 어필할지, 표현은 어떤것이 과하지 않고 적당한지 글쓰는게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다.
너무나 막막한 나머지 유튜브에 '자소서 쓰는법'이라고 검색을 해봤다.
엄청나게 많은 영상들이 검색되어 쏟아졌다.
전/현직 인사과 직원, 취업컨설턴트 등 상당히 취업에 있어 전문적인 분들이 제작한 컨텐츠들이었다.
영상을 보고 글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방법과 여러 표현 등을 익힐 수 있었다.
어느정도 자소서를 쓰는법을 터득하게되니 문장을 조금이나마 쓸수 있었다.
나에게 합격자소서에 등장하는 멋들어진 표현들은 어려워서, 최대한 간결하고 담백하게 나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운이 좋게도 몇 군데 회사에 서류가 붙었고 코딩테스트와 면접을 보게됐다.
합격한 회사들 중에서 면접을 본 회사는 하나 있었으나 정말 가고싶던 회사들은 코딩테스트에서 탈락해버렸다.
Leetcode나 프로그래머스에서 문제를 많이 풀어봤다면 나름의 요령도 생기고 루틴도 만들었을텐데,
코딩테스트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를 체화시키지 못한 탓이 컸던것 같다.
이 날 이후로 나는 Leetcode를 하루에 1문제씩 풀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겼다.
나중에는 발도 다치게 되고 일이 바빠져서 중간에 흐지부지되어 놔버렸지만 100문제는 넘게 풀었다.
작년에는 준비가 부족하기도 했고 힘든일들이 많아서 이직을 하지는 못했지만 올해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3. 발 골절

2020년 7월 발이 부러졌다.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동창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걷다가 발을 접질렀는데, 당시에는 술기운 탓인지 별다른 통증이 없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발이 엄청 부어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붓기가 점점 부어오르고 통증이 가시지 않아서 병원에 갔다.
선생님은 상태를 보시더니 X-Ray를 찍어보자고 하셨는데 진단 결과 발 골절이었다.
나는 이전까지 골절을 경험해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깁스를 해야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지금부터 내 삶이 얼마나 불편해지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반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다녔는데, 목발로 걸어다니는건 정말 고된일이었다.
팔로 체중을 지탱하며 걸음을 옮겨야해서 처음에는 근육통에도 시달렸고, 겨드랑이쪽도 아팠다.
게다가 하필이면 때가 여름인지라 목발을 짚고 나갔다오면 정말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그나마 이때까지는 반깁스라 샤워하는것에 불편함이 없어서 버틸 수 있었다.
2주후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선생님은 통깁스를 해야한다고 얘기하셨다.
깁스를 하는과정을 보는건 처음이었는데 참 신기했다.
솜으로 발을 감싼다음 물을 묻힌 석고테이프로 칭칭 감았다.
깁스를 한채로 지내야하는 기간은 2달이었는데, 이때부터 내 일상은 참 많이 망가지게된다.
일상이 불편해진것을 느끼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깁스를 하고나서 처음에는 회사의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셔틀버스정류장까지는 평소에 걸어서 1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였는데, 30분을 목발과 씨름해야 겨우 도착했다.
게다가 도착해서 사무실 까지 가파른 언덕길을 목발을 짚고 가야했는데 이것도 족히 20분은 걸렸다.
근무시간에도 화장실, 물, 식사등 전부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식사의 경우 회사식당을 이용하는건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배식이야 동료들에게 신세를 진다하더라도 식당까지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자차로 출퇴근을 했고, 식사는 아침과 점심식사를 모두 챙겨서 다녔다.
다행스럽게도 다친 발이 왼발이라 운전에는 지장이 없던건 천만 다행이었다.
그렇게 2달동안을 자차로 출퇴근하니 한달에 지출한 교통비만 40만원이었다.
식사는 휴대가 가능한 전자렌지 조리음식으로만 챙겨서 다녔다.
그래서 항상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다음날 식사를 준비해놔야했고 집안정리를하느라 시간을 다 써버렸다.
여름인데 한쪽 발을 2달동안 씻지 못하는것도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개인적인 여가시간을 즐길 여유는 없었고 한창 열심히 준비중이던 이직계획도 다 틀어져버려 속상했다.
하루하루를 불편한 몸으로 보내면서 평범한 일상과 건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인지 지옥같던 2달을 견디고 깁스를 풀었을 때는 정말 행복하고 홀가분했다.
지독하게 고생했던 시간이었지만 느낀것도 많았다.

반년이 지난 지금도 골절 부위의 통증은 정도로 약간 남아있다.
가끔 걷다가 발이 찌릿할때면 몸이 나에게 항상 감사하며 건강하게 살라는 메세지를 보내는것만 같다.
시간이 갈수록 지난날 겪은 고통스러운 시간들은 잊어버리고 다시 일상의 평화를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것 같다.
힘들었던 지난날들에 배운것들을 잊지않고 감사할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4. 퇴사

2020년 12월, 나는 3년6개월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사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직할 회사를 구하고나서 퇴사를 해야했지만, 상황은 내가 계획했던것처럼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골절 치료가 마무리 되어갈때 쯤, 회사는 일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의무로 하는 야근의 강도는 점점 심해져서 주 3회에서 5회로 늘어났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출근하고 야근 후 집에 도착하면 저녁 11시였다.
씻고 잘 준비를 마치면 내 하루는 끝나버렸고, 또 다른 하루의 시작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일상속에서도 어떻게든 시간을 짜내서 공부를 해야만했다.
출퇴근 버스안에서는 졸리고 피곤해도 아이패드로 책을 보기도하고 강의를 듣기도 했다.
점심시간, 저녁시간에는 각각 Linux실습과 Leetcode를 1문제씩 풀었다.
그러다보니 팀원들과 편히 잡담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도 많이 줄게되었다.
'어떻게든 반드시 이직하겠다'라는 목표를 향한 집념으로 버텨내고는 있었지만, 나는 점점 고독해지고 있었다.
지금의 일상이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고, 심리적으로도 여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연말을 향할수록 일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야근도 많아졌다.
단순히 업무들만 많아진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심해졌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여러가지 있었지만,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게 컸다.
주먹구구식의 개발 프로세스로 인해 무분별한 로직들을 찍어내는것은 정말 지치는 작업이었다.
현재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쳐서 더 나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 야근을 하는것이 아니었다.
그저 보여주기식의 조악한 작업들과 단순작업의 어마어마한 양에 짓눌려서 야근을 해야만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는 모르겠다. 조직에 깊게 뿌리박힌 전반적인 분위기였을 뿐이었다.
이런 나날들 속에 내게 남은것은 바닥나버린 인내심과 자괴감 그리고 악화된 건강이었다.
3달간 지속된 야근과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던 탓이었을까.
마스크 탓도 있었겠지만, 얼굴 피부가 심하게 안좋아졌고, 피로감도 나날이 커져서 아침에 눈뜨는것이 힘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흉흉한 분위기인 가운데 다닐 직장이 있다는건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내가 가진 가능성과 기회들을 월급이라는 헐값에 넘기는일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퇴사했는데 재취업이 안되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많았지만, 걱정을 덜어내려고 가라앉는것도 싫었다.
그렇게 나는 그렇게 퇴사하기로 마음먹었고, 퇴사 후 재취업을 위해서 시간을 어떻게 활용것인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퇴사일이 하루하루 다가올때마다 기분이 묘해졌다.
'아 이제 정말 이곳을 떠나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생애 첫 퇴사라 그런지 퇴사라는 것에 면역력도 없었고, 코로나 때문에 송별회 자리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는 관계의 끝맺음을 제대로 하고싶었나보다.
회사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값진 경험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팀원들에게 나는 좋은사람이었을까 나쁜사람이었을까 스스로 묻기도하며 반성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퇴사일이 되었다.
개인물품과 비품을 후다닥 정리하고 인사한다음 퇴근을 해도 됐지만, 남아서 일을하다가 오후 3시가 되어서야 퇴근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하고싶었다. 아마 팀원들을 보는게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는지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렇게 개인물품을 차에 싣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회사를 나서는데, 마침 기름이 없어서 휴게소에 들렀다.
주유하기 전에 날이 많이 추워서 커피한잔을 마셨다.
하늘을 보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에 휩싸였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아쉬움과 후련함이 반반씩이었던것 같다.

 

후기

1년을 회고하는 글을 써보는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한두시간이면 충분하겠거니 생각했지만, 1년의 사건들을 떠올리며 글로 압축하는일은 결코 쉬운것이 아닌것임을 알게되었다.
그 결과 이 글을 작성하는데 1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마 글재주도 없고 산만한 탓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하는 작업인것은 분명하다.
회고를 작성하는 과정은 찬찬히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반성하게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올해도 꼭 회고를 작성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올해는 회고에 기분좋은일들을 가득 적을 수 있도록 좋은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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